향수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사회 초년생 때 화장실에서 나오던 여직원분에게서 스치듯 느껴진 상쾌한 향 덕분이었어요. 화장실 앞이라 더 강한 인상을 남겼을까요? 그때의 상쾌한 향이 그렇게 매너 있게 느껴져서 갑자기 그 직원에게 더 호감이 가고 세련돼 보였어요.
그때부터 향수에 관심이 생겨서 직접 사기도 하고 선물도 받고 유명한 제품을 다양하게 경험해봤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더라고요. 다 쓰고도 계속해서 다시 찾는 향수는 에르메스 운 자르뎅과 아르마니 프리베 위롱 두 가지입니다.


젊을 때는 다양하게, 지금은 확실하게
20~30대 때는 매일 옷을 바꿔 입듯이 향수도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중년이 되고 나니 다양함보다는 나한테 잘 맞고, 남들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향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더라구요. 처음 향수에 빠졌던 계기가 그렇듯, 여전히 풋풋하고 시원한 느낌의 향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정리하다 보니 자주 쓰는 향수가 몇 개로 좁혀졌고, 지금은 이 두 가지를 번갈아 쓰고 있어요.
가장 애정하는 향수는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
여러 향수 중에서도 가장 자주 찾는 건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이에요. 초록색 병의 수르닐이 너무 좋아서 이 시리즈에 있는 다른 색상 향수들도 이것저것 시향을 여러 번 해봤는데 몇번을 해봐도 제 취향은 이 그린 컬러 수르닐이 젤 좋았어요.
처음에는 상큼하고 청량한 자연의 향이 느껴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은은하고 고급진 잔향이 남아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지는 향이라 데일리로 사용하기 좋아요.
겨울동안 아르마니 향수를 자주 쓰다가도 봄만 되면 직장 초년생 시절이 떠오르면서 저도 모르게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을 찾는건 진짜 신기합니다. 특히 낮 시간대 약속이나 가벼운 외출에는 거의 에르메스 운 자르뎅 을 사용합니다.
참고로 에르메스 운 자르뎅 수르닐은 2005년 에르메스 조향사 장클로드 엘레나가 이집트 나일강변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향수라고 해요. 자몽이나 덜 익은 망고 같은 상큼한 향으로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 풀잎과 꽃향이 섞인 부드러운 향으로 바뀌어요. 뿌린 직후와 몇 시간 뒤의 향이 조금씩 달라서 그 변화를 느끼는 재미가 있어요.
두 번째로 자주 쓰는 향수, 아르마니 프리베 위롱
조금 더 격식 있는 자리나 저녁 약속이 있는 날, 그리고 겨울에 아르마니 프리베 위롱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에르메스 운 자르뎅과는 결이 달라서, 뿌리는 순간 분위기 자체가 묵직하고 세련된 깊은 느낌이 있어요. 그만큼 지속력이 좋아서 저녁 느제 약속이 있어도 이 향수 하나로 충분하더라고요.
아르마니 프리베 위롱은 중국 윈난성의 차밭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향수라고 해요. 이름처럼 차 향이 중심이라, 처음엔 상큼하게 시작했다가 점점 따뜻한 찻잎 향으로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에요. 그래서인지 은근히 중후한 매력이 있어요.

마무리하며
구매를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대략적인 가격대도 적어둘게요. 백화점 정가나 구매처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 에르메스 운 자르뎅 시리즈
- 30ml: 약 8만 원대
- 50ml: 약 10만 원대
- 100ml: 약 10만 원대 후반
- 아르마니 프리베 테 위롱
- 50ml: 약 10만 원대 후반
- 100ml: 약 30만 원대 중후반
돌이켜보면 20대 스쳐 지나간 기억 하나가 지금까지 제 향수 취향을 쭈욱 이끌어온 것 같아요. 진하고 화려한 향보다는 스치듯 은은하고 매너 있게 느껴지는 향, 그게 여전히 제 기준입니다.
아직 나한테 맞는 향수를 못 찾으신 분이나 중년 여성분 선물 고민하신다면 오늘 이야기한 두 가지도 한번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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